첫째가 두 번째 수학여행을 갔다. 이번에는 Climbing, Kayaking, Caving, Tent에서의 숙박 등 야외 활동이 많아서 준비물도 복잡했는데 짐을 스스로 거의 다 쌌다. 최근 부쩍 많이 컸음이 느껴졌다. 안전하게, 즐겁게 놀다 오기를 기도했다.
점심때는 와이프를 Cobham 읍내에서 만나 둘이서 점심을 먹었다. 인당 서너 점 나오는 회와 라면, 그리고 사께 한 도꾸리를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이 날은 둘째 학교 방과 후에 운동장에서 다 같이 노는 행사가 있어서 애들 학교로 갔다. 애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면서 몇몇 부모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9/2(Wed),
드라이버 그립을 교체했다. 한국에서는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는데.. Solvent를 아끼다가 결국 더 Solvent는 Solvent대로 다시 더 쓰고 아까운 그립 하나만 버렸다. 그리고 두께를 Medium으로 샀는데 내 손에 좀 두껍다. 얼른 빨리 써 버려야겠다.
9/3(Thu),
둘째 학교에서 학부모 대상으로 교육 과정 소개를 한다고 해서 참석했다. 별거 있겠나 싶었지만 혹시나 하고 가봤는데 역시나, 몰랐던 중요한 정보는 없었다. 새로 전학 온 학생들 부모들을 만나서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아까운 시간을 쓴 데 대한 위안을 삼았다.
학교가 있는 Cobham 읍내에 나간 김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Drift 골프장에 들러 연습을 했다. 그 분이 오셔서 희열 속에 2시간을 연습했다. 결국 상체 힘 빼고 힙턴인데… 이 간단한 걸 이십 몇 년을 해도 못하다니..
9/4(Fri),
첫째가 두 번째 수학여행에서 돌아왔다. 텐트에서 자는 것도 괜찮았고 야외 활동들도 다 재밌었다고 했다. 특히 클라이밍이 무서웠는데 해내서 뿌듯했다고 했다. 또 조금 성장한 것 같아서 보기 좋았다.
첫째 여행 복귀 기념(을 핑계로)으로 Cobham 읍내 Grappelli에서 외식을 했다. 도미를 소금 돔 안에 넣어서 오븐에서 구운 요리를 시켰는데, 대가리와 껍질, 지느러미를 싹싹 발라 먹는 나로서는 너무나 짰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음식들이 여전히 맛있었고, 여전히 많은 돈을 지불하고 왔다.
9/5(Sat),
새로 전학 온 Biba라는 둘째 친구가 둘째를 포함해서 새로 사귄 가까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초대 받아서 애들이 신나게 노는 것은 좋지만, 받은 게 있으면 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 요즘의 큰 스트레스다. 집이 그렇게 작은 건 아닌데 누구를 초대할 만큼 정돈되어 있지 않고 특히 애들이 와서 놀기에는 좁고 놀 거리가 없어서, 지난 8개월 동안 다른 친구들 집에 초대는 많이 받았지만 정작 우리는 한 번도 초대를 하지 못했다. 다음에 이사를 하게 되면 이 관점에서도 집을 좀 봐야겠다 생각했다. 여튼, 지금은 방법이 없으니, 그냥 스스로 철판을 깔고 힘들어하지 않는 수밖에.
둘째는 친구 집에 가서 놀 동안, 나는 와이프와 첫째와 함께 애들 학교에 갔다. 신학기라 학생들, 부모들 서로 교류도 하고 놀라는 취지에서 학교에서 Let’s Glow Party라는 행사를 기획했는데, 좀 썰렁했다. 그래도 좋은 날씨에 첫째가 신나 했고, 나도 매번 Hi, How are you만 하던 한 학부모와 좀 더 깊게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좋았다.
9/6(Sun),
집 근처 골프장에서 와이프와 둘이서 라운드를 했다. 와이프는 영국 와서 첫 라운드였는데, 둘 다 그럭저럭 잘 쳤다. (나는 아직 그 분이 남아 있는 상태..) 그린피는 한국과 절대 금액만 비교하면 싸지만 전반적으로 보면 비싼 편이었다.
(18번 홀 아일랜드 그린에 8번 아이언으로 이쁘게 Regular on을 시켰지만, 와이프와의 다툼으로 ㅋㅋ 사진을 못 찍었다.)
라운드 후에 딱히 집에 먹을 것도 없고 귀찮기도 해서 Weybridge 읍내의 ENO’S라는 이태리 식당에서 외식을 했다. Grappelli와 비교해서 좀 더 ‘pizza and paster’ 집 같아서 거기에 비해 많이 쌀 것으로 예상했는데, 먹고 보니 여기도 꽤 나와서 놀랬다. VAT 20%, 봉사료 13.5%가 붙는 영국에 있는 식당에서는 일단 와인 1병과 디저트를 시키면 답이 없는 것 같다. 맛있긴 하지만 자주는 못 오는 곳으로 정리.
9/7(Mon),
주재원 남편 골프 멤버 넷이 오랜만에 모였다. 여름 휴가 등 각자 일정으로 서로 엇갈리게 빠지다가 넷이 다 나온 건 거의 두 달 만이었다. 하체 움직임 느낌이 아직 살아 있어서 이 날도(이 날 까지만 ㅠ) 샷이 전반적으로 좋았다.
9/8(Tue),
ESOL (English for Speakers of Other Languages) 두 번째 학기가 시작됐다. 지난 학기를 같이 들었던 사람이 반, 새로운 사람이 반 정도 되었다. 일 주일에 한 번이라도 나와서 영어도 쓰고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은 만나는 건 좋은데 수업 자체가 내 영어 실력 향상에 그렇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다. 이동 포함 총 4시간 정도를 써야 되고, 수업 때문에 골프를 못 치는 경우가 많아서 고민이 많지만, 단어 하나라도 배울 수 있음에 의의를 두고 계속 하기로 했다.
이 날도 수업 때문에 골프를 포기한 날인데, 다행히(?) 비가 와서 속은 덜 쓰렸다.
이 번 학기는 방과 후 Club 활동이 화, 목 이틀로 늘어서 하교 버스를 안 태우고 내가 직접 데리러 가야 되는 날이 하루 더 많아졌다. 주 1회일 때는 못 느꼈는데 2회가 되니까 애들 등하교/원을 위해서 희생하는 엄마 느낌이 살짝 난다.
9/9(Wed),
둘째가 Lower School Student Council member가 되었다. 하고자 하는 의사만 있으면 다 할 수 있는 건 줄 알았는데, 자리 수가 정해져 있고 신청자가 많아서 나름의 기준으로 선발을 했다고 한다. 이 학교의 4대 Core value 중에 하나인 Aim High and Make It Happen을 테마로 썰을 푼 지원서는 내가 봐도 훌륭해서 칭찬을 많이 해줬는데, 나중에 우연히 Gemini 기록을 보다가 Gemini 도움을 받아서 쓴 것을 알게 됐다. 펑펑 울 정도로 혼을 냈는데, 부모를 속이면 언젠가 들킨다는 것은 깨달은 것 같지만, 정작 왜 AI를 못 쓰게 하는지는 깊이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옆에서 이유 없이 같이 잔소리를 들은 첫째는 아는 것 같았지만. 여튼, Student Council member에 선정된 것은 축하하고 감사할 일이지만, 매주 수요일 아침 7:45분(초3이 !!)에 시작하는 Morning Meeting에 참석해야 되는 어려움이 있다. School bus를 타면 제때 도착을 못하기 때문에 내가 태워줘야 한다. 오후 Pick-up 두 번에 아침 Drop-off 까지 하게 됐다.
(약간의ㅠ 반칙을 썼지만, 원하는 바를 성취하고 신나게 첫 Morning Meeting에 참석하는 뒷 모습.)
이왕 이렇게 된 것, 애들 데려주거나 데리러 갈 때마다 연습장을 가기로 했다. 집에 있으면 그 안에서 우선순위 높은 일들을 하게 되어 있어서 항상 연습은 못했는데, 이렇게 반 강제적으로 연습을 하기로 하니 희생(?)에 대한 위안이 되었다. 이어서 조금 더 생각해보니 내가 구력에 비해서 골프를 못 치는 이유가 연습량 부족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딸들 덕분에 골프 실력이 늘게 생겼다.
윤석형이 편지와 앨범, 그리고 커피를 보내 주셨다. CD는 들을 수 있지만 턴테이블이 없어서
LP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만 봤다. Side A, Side B. 테이프도 있는 앞뒷면이 CD가
나오면서부터 없어졌을 텐데, 이게 앨범을 구성하는 뮤지션의 입장에서 제약의 해소일지
구성 전략 중 한 가지의 상실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뮤지션마다 다르겠지만.
그 동안 스피커도 후지고 블루투스로 대충 붙여서 듣는 상황이라 음원 Quality에 대해서는 많이 생각을 안하고 그냥 YouTube Music을 들어왔었는데, 형이 보내준 CD를 듣는 계기로 다시 생각을 하게 됐다. 애들이 YouTube를 많이 보니까 끊을 수는 없고 추가로 Apple Music이나 Amazon Music를 구독할까 생각 중이다. 4개월 무료인 Amazon Music을 쓰다가 이후에 Apple Music으로 넘어가는 게 합리적일 것 같다.
생각보다 간편하고 애들이 잘 먹어서 Air Fryer에 닭봉 굽는 것을 2~3주에 한 번씩 꾸준히 시도하는데 이번 결과가 가장 좋았다. 닭에 물기가 없도록 잘 닦으라는 가이드를 무시하다가 이번에는 해봤는데 확실히 달랐다.
9/10(Thu),
연습장에서 둘째 친구 아빠인 Miguel을 만났다. 보기 정도 친다고 했는데 Iron Contact이 너무 좋았다. 같이 한 번 쳐야 되는데 둘 다 나름 바빠서 쉽지는 않을 것 같다.
Burger Sandwich도 애들이 잘 먹는 메뉴라서 종종 하는데 이번에는 고기가 좀 퍽퍽해서 애들이 빵만 먹고 다 남겼다. 저녁 먹고 모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9/11(Fri),
별다른 일 없이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영어 공부와 Project에 시간을 보냈다.
저녁은 라면으로 간단히 먹고 딸들과 Harry Potter의 마지막 편인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 Part 2를 봤다. 드디어 전편을 다 본 건데, 책은 안 읽어도 될 것 같다.
9/12(Sat),
오늘부터 첫째가 주말에 Drama class를 듣는다. 이제 Pick-up/Drop-off가 화수목에 이어 토요일까지 생겼다. 어떤 역할을 배정 받았다고 하는데 뭔지는 안 알려줬다. 6주차에 부모들을 상대로 간단한 공연을 할 예정인데 그 때 보라고.
둘째가 친구 Kuni 집에 놀러가서 저녁 8시반까지 놀았다. 부모인 Miguel과 Eva 모두 너무 좋은 사람들이다. 둘째에게 좋은 친구가 생겨서 좋았고, 또한 나에게도 좋은 이웃이자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기뻤다.
Project 개발 내용에 숨겨져 있던 이슈를 발견했다. Time zone handling에 많은 신경을 써 왔는데 수면 분석을 개선시키던 중에 드러나지 않았던 이슈를 우연히 발견해서 부랴부랴 고치기 시작했다. 간단히 View 몇 개를 전환하려다 Data core logic까지 뜯어 고치게 된 셈인데, 그래도 발견해서 다행이다.
9/13(Sun),
아침에 눈뜨자 마자 전날 고치던 걸 마저 작업해서 마무리했다.
둘째가 Kuni 집에 또 놀러갔다.
9/14(Mon),
Farleigh에서 오랜만에 라운드를 했다. 백프로와 오프로는 이 구장이 처음이었다. 여전히 Challenging한 Course 이지만, 난 여기서 치는 게 재밌다. 재한씨가 자주 초대해 주기로 했다.
(러프에서 공 찾는 모습을 백프로가 찍어 줬다.)
윤석형 CD를 듣다가 내친 김에 예전 CD wallet을 꺼내서 쭉 보다 보니 이박사 뽕짝 대백과가 눈에 띄었다. 마지막으로 들은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적어도 25년은 됐을 텐데, 한 트렉 한 트렉 넘어갈 때마다 당시에 같이 듣고 낄낄거리며 좋아했던 기억이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올랐다.
9/15(Tue),
Brookland College의 주차 정책이 바뀐 건지, 지난 학기에 운이 좋았던 건지, 이번 학기는 Campus내 주차가 막혔다. 지난 주에는 어쩔 수 없이 주변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이번 주는 걸어서 갔다. 차로 이동해서 주차하고 다시 교실까지 걸어가는 시간이나 집에서부터 걸어가는 시간이나 비슷하고, 무엇보다 이 계륵 같은 수업에 주차비를 매주 2만원씩 쓰기는 싫었다. 걸어 보니 운동도 되고, 운전하면서는 안 보였던 이웃의 풍경도 볼 수 있고, 무엇보다 그 시간 동안 Podcast 한 편이라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요즘 4~50분 시간이 나면 Podcast In Our Time을 듣는다. 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다루는 주제가 역사, 과학, 철학 등 내 취향과 맞는 데다가 무엇보다도 내가 평생 만나지 못 할 (내 스스로는 찾아보거나 알게 될 가능성이 없는) 흥미로운 사실들이나 인물들을 알게 해 줘서 좋다. 19세기 말의 스페인과 미국의 전쟁, Marie Antoinette의 초상화 작가로 유명한 Vigée Le Brun, 여성 파라호 Hatshepsut 등 내 지식의 경계 밖에 있는 이런 내용들을 내 의지, 의도로 어떻게 만날 수 있겠나.
이번에 들은 Episode는 “시간의 측정”에 대한 내용이었다. 지난 달 Greenwich 천문대에
다녀와서 공부했던 GMT와 본초 자오선에 대한 내용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Main 주제는
아니고 곁 가지였지만, 고대 Babylonia인들이 60진법을 쓴 사유가 흥미로웠다. 다른 이유는
없고 단지 나눠지는 숫자가 많아서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2, 3, 5, 6, 10, 12, 등 진짜 잘 나눠진다. 그 동안 왜 한 시간은 60분이고 원은 360도인지 궁금해 하지 않았던 내가 신기했다.
9/16(Wed),
지난 5월 첫째의 생일 파티 준비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이제 둘째의 생일이 다가와서 구체적인 장소, 일정, 참석자 확정을 더 미룰 수 없는 시점이 되었다. 공교롭게 둘째 생일은 10월 방학에 끼어 있어서 그 전의 주말 중에 해야 되는데 다른 playdate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이미 옵션이 없고 방학이 시작되는 토요일에 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방학 때 여행을 가기 때문에 친한 친구들의 참석 여부가 걱정이 됐는데, 개별 확인 결과 다행히 둘째가 꼭 와줬으면 하는 친구들은 다 올 수 있다고 했다. 총 10명의 친구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9/17(Thu),
애들 학교에 Challenge and Enrichment 라는 Programme(영국식 철자!)이 있다. MAP(Measure
of Academic Progress)라는 평가를 통해 상위 Percentile에 속한 학생들을 위한 별도 수업을
제공하는데, 둘째가 여기에 선정되었다. Reading, Math, 그리고 분석적 사고, 창의력,
Communication skill 향상을 위한 Project, 이렇게 세 영역이 있는데 세 영역 모두에서
선정되었다. 수학이야 그렇다 쳐도 영어도 여기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잘 한다고 하니,
역시 대한민국 사교육(영어 유치원과 학원)이 대단하다 싶었다.
요즘 저녁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드는 편인데, 12시에서 1시 사이에 꼭 깬다. 문제는 이 때 상태가 너무 개운하고 좋다는 거다. 그렇다고 12시에 일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라 다시 자기는 하는데, 이 때부터의 수면 질이 안 좋다. 3시간 정도 양질의 잠을 푹 자고, 그 다음 4~5시간을 설잠을 자는 건데, 이 패턴을 유지할 지 바꿔볼 지 고민이 많다.
9/18(Fri),
죽기 살기로 열심히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요즘 하루에 꽤 많은 시간을 영어 공부에 투자하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아서 답답하다. “Pub에 가서 모르는 사람들과 대화하라”는 조언 빼고는 이것 저것 주어진 시간 안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효과적으로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계단식 발전이라는 그 놈의 계단은 언제 나타나나 모르겠다. 송성문씨가 인용한 유명한 예문처럼 왕도는 없고 계속 노력하는 수밖에.
9/19(Sat),
윤석형의 누나와 자형이 영국에 오셨는데, 바쁜 일정 중에 시간을 내서 우리 가족에게 점심을 사 주셨다. 첫째는 Drama 수업 때문에 못 가고 와이프와 둘째만 갔다. 묵으시는 호텔 근처의 이태리 식당인데 음식이 너무 맛있었다. 오랜만에 만나서 많은 얘기를 하기에는 3시간이 너무 짧았지만, 그래도 London에서 두 분을 뵈어서 좋았고 무엇보다 두 분 다 건강하고 편안하신 것 같아서 좋았다.
레미제라블을 다 읽었다. 반포도서관에서 1권을 빌린 게 25년 9월이니 정확히 1년이 걸렸다. 중간에 영국 이사 준비와 정착으로 책 볼 시간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오래 걸렸다. 미리엘 주교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하는 초반부에서 장 발장의 죽음으로 모든 등장인물에 대한 결말이 정리되는 마지막까지, 정말 대단한 소설이었다. 왜 사람들이 19세기 최고의 소설로 꼽는지 동의가 됐다.
9/20(Sun),
DP World Tour의 BMW PGA Championship의 Final round를 보러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Wentworth Club에 갔다. 예전에 Sweden에 있을 때 European PGA 경기를 본 적은 있는데
이렇게 많은 유명한 선수들이 오는 대회는 처음이었다. 어릴 때부터 소위 말하는 연예인이나
스타에 대한 동경은 전혀 없었고, 우연히 만나더라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이 날은 왠지
기대가 되고 신이 났다. 내가 닮고 싶은 헤어스타일의 모델이라 ㅋ 보고 싶었던 Tommy Fleetwood는 cut 탈락으로 볼 수 없었고, 대신 Rory McIlroy!!, Adam Scott, J.J. Spaun, Aaron Rai, Matt Fitzpatrick, Robert Macintyre, Ludvig Aberg 등 유명한 선수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애들한테는 힘들고 지루한 시간이었는데 둘이서 나름 잘 놀아주었다.
(J.J. Spaun이 결국 최종 우승했는데. 연습 그린에서 어프로치 연습하는 걸 내가 지켜봐 준 덕분이라 생각한다. ㅎ 정상급 선수들은 저 정도 어프로치는 다 넣거나 탭인 거리에 붙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ㅎㅎ)
(18번 홀 그린에 올려 놓고 걸어가는 Rory McIlroy)
(McIlroy 내리막 Putt)
(Adam Scott의 아름다운 Flop shot)
(엎드려서 라이 보는 Matt Fitzpatrick. 그린 스피드 파악을 위해 그린을 만져보는 것은 벌타라 주먹 쥐고 엎드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끝나고 주차장에서 나가는 많은 차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고생을 했다. 영국은 신사의 나라라.. 우리도 매너를 지키려고 했는데, 잘못된 판단이었다. 시동 걸고부터 주차장을 벗어나기까지 1시간 반이 걸렸다. 여기는 썬팅을 하지 않기 때문에 합류하는 옆 차를 끼워주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앞 차에 붙인 사람은 자기 옆 얼굴을 그 차 운전자에게 한참 동안 보여줘야 되는데, 뻔뻔하게 시선을 외면서면서 딴청하는 모습이 웃기기도 했다. 결국 영국의 Gentlemanship 보다 한국의 이익보다 의로움을 추구하는 군자 정신이 더 훌륭한 사상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9/21(Mon),
이 날은 Tee time이 늦어서 여덟 홀만 치고 접었다. 그래도 되는 대로 꾸준히 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9/22(Tue),
이 날도 ESOL 수업에 걸어서 가면서 In Our Time을 들었다. 15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살았던 학자이자 사상가인 Erasmus에 대한 내용이었다.
9/23(Wed),
첫째도 Challenge & Enrichment Programme에 선정되었다. Middle school은 MAP 외에 NNAT 라는 평가도 같이 보고 선정했다고 했다. 학교가 너무 놀리기만 하고 헐렁한 것 같아서 걱정이었는데 이렇게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더 고민하고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감사했다.
한국에 계신 윤 전무님께서 영국에서 서로 알고 지내라고 사람을 한 분 소개해 주셨다. 영국에서 사업을 하는 분인데 우연히도 나와 동갑이었고 만나자 마자 바로 친해질 수 있는 좋은 성격의 소유자였다. 살면서 서로 접점은 없지만 연락하면서 종종 보기로 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임대인이 이 집을 팔기로 결정하고 내년 3월에 끝나는 임대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보해 왔다. 이사가 큰 일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고, 기간이 많이 남아서 지금은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있었는데, 부동산 사이트에 올릴 사진을 찍겠다고 사진사를 보냈다. 우리 살고 있는 상태를 찍어서 도움이 안될 거라고 했는데 ㅎㅎ 기어이 오더니, 당황한 표정을 애써 감추고 건물 외부 사진만 찍고 갔다.
Harry Potter 시리즈를 다 봐서 또 뭘 볼까 하다가, 지난 번 첫째와 호빗 세 편을 재밌게 본 생각이 나서 반지의 제왕 세 편 번들을 구매했다.
9/24(Thu),
Farleigh에서 다시 라운드를 했는데, 전반적으로 샷이 좋아졌고 특히 80m 안쪽 어프로치 샷이 좋아서 간만에 스트레스 보다 즐거움이 컸던 라운드를 즐겼다.
(파5 홀에서의 나의 3rd 샷. 굴러온 게 아니고 꽂혔다. 나는 파4로 알고 퍼팅을 했는데 넣고 보니 버디였다. 버디펏인 줄 알았으면 못 넣었겠지 ㅎ)
(Farleigh에서 Play하는 또 하나의 매력인 끝나고 클럽하우스에서의 맥주 한 잔. 주재원 남편 넷이서 음식 서너 가지 나눠 먹으면서 점심 해결하고 애들 하교 시간 맞춰 일어나면 깔끔하다.)
9/25(Fri),
여기 와서 설 한 번과 제사 두 번이 있었고 그 때마다 시간 맞춰서 전화를 드렸었는데 이번 추석은 타이밍을 놓쳤다. 이미 한국은 오후였지만 영상 통화로 전화를 드리고 용돈을 조금 보내 드렸다.
저녁에는 와이프 회사 동료 주재원 두 가족과 함께 세 가족이 Kensington에 있는 한식 고기집에서 추석 맞이 저녁 식사를 했다. 동료 주재원 와이프 중 한 분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애들까지 모두 구면이어서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에서 즐겁게 먹었다. 고기도 맛있고, 와인도 좋았다.
(소고기 일곱 점에 10만원 ㄷㄷ. 비싼 집이기도 하지만 London 물가 자체가 너무 비싸다.)
식사를 마치고 둘째가 버블티 먹고 싶다고 해서 주변을 검색해서 좀 걸었다. 가는 중에 도로
하나를 꽉 채우고 술마시는 인파를 만났다. 잠시 놀랬지만, 생각해보니 금요일 밤 시내의 자연스러운 풍경인데 내가 나이 들면서 이런 생활에서 한동안 벗어나 있어서 낯설게 느끼는 거구나 싶었다. 여튼, 밝은 보름달 아래서 간만에 느끼는 도시의 젊은 에너지가 좋았다.
9/26(Sat),
하루 종일 작업해서 이번에는 배변 습관 및 상태를 분석하는 Widget을 완성했다. 나름의
지표를 만들어서 Trend를 보면 7월을 제외하고는 영국에 와서 상태가 많이 좋아진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체감과도 일치한다. 빨리 기본 Descriptive widget들을 마무리하고
Diagnostic으로 넘어가야 되는데 한 주 한 주가 너무 빡빡하게 빨리 간다. 막연히, 한국에서
자주 먹었는데 여기서는 거의 먹지 않는 식재료(마늘로 추정)나 술(소주로 추정)이 주요
인자로 여겨진다. Data 분석과 병행해서 셀프 생체 실험도 좀 더 정밀하게 해봐야겠다.
9/27(Sun)
과거 이력을 Google Calendar 처럼 달력 형태로 보고 검색할 수 있는 기능도 만들었다. 아직
Data Entry 기능이 없어서 미래 일정은 안되고 과거만 볼 수 있는 반쪽짜리이지만, 일일이
검색하거나 답답하면 원본 Spreadsheet source data에서 Filter 걸어서 봤어야 했는데 큰
발전이다. Calendar View가 좀 어려울 거라 막연히 생각했는데 역시 Claude 한테는 2~3분 짜리 작업 서너 턴이면 충분했다. 다른 사용자와의 협업 기능을 제외하면 Google Calendar 보다 어떤 면에선 더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둘째가 친구 Flor 생일 파티에 가서 놀았다.
와이프 음력 생일 근처 주말이라는 핑계로 또 Grappelli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지난 번에 너무 많이 나와서 나름 조절해서 시켰는데 돈은 비슷하게 나와서 놀랬다. 결국 자잘한 것 보다는 덩치 큰 놈들을 줄여야 절감 효과가 난다는 오래된 진리를 다시 느꼈다.
9/28(Mon),
전 주에 구매했던 반지의 제왕 1편을 봤다. 개봉 할 때 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있어서 언제 개봉했는지 찾아봤더니 벌써 25년 전이었다. 당시에는 나름 신선한 충격으로 재밌게 봤던 것 같은데, 지금 다시 보니 좀 지루했다. 그 동안 2편, 3편도 보고 호빗 세 편도 봐서인지 모르겠지만.
9/29(Tue),
바쁜 하루였다. 영어 수업 갔다가, 골프 치러 갔다가, 애들 데리러 애들 학교에 갔다가, 집에 와서 부동산과 집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집을 보여줘야 했다.
이 날은 학교에서 바로 골프장으로 가려고 영어 수업에 차도 가져갔고, 거기다 운 좋게 수업도 좀 일찍 끝나서 티오프 시간에 맞춰 갈 수 있었는데, 티오프 시간 자체가 늦다 보니 애들 픽업 시간 때문에 다 돌지는 못하고 14번 홀까지만 치고 접었다.
애들 학교에서 오랜만에 Miguel을 만났다. 본국인 Spain에 세 주고 온 집에 관리도 필요했고, Morocco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업도 들여다 봐야 해서 다녀왔다고 했다.
9/30(Wed),
둘째 Student Council morning meeting이 있는 날이라 Routine 대로 애들 데려다 주고 연습장으로 갔다. 지난 라운드의 주요 이슈였던 아이언 샷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웻지와 우드와 드라이버는 꺼내지도 않았다. 공 100개를 치고 나서야 깨달았다. 아 내가 다시 팔을 과하게 쓰고 있구나 ㅎㅎ
10월 방학용 이태리 여행 항공권 예매를 완료했다. 이번 여행 계획은 좀 어려웠다. 가능한 출발 공항도 2개, 가능한 도착 공항도 2개, 항공사도 여러 개, 일정도 옵션과 제약이 지저분했다. ChatGPT로 진행하다가 무료라 그런지 결국 뚜껑 열리게 해서 미련 없이 접고, 무뚝뚝하지만 꼼꼼하게 일하는 Claude로 돌아가서 마무리했다. 메타에서 만들었다는 앱을 써볼까 잠시 생각했는데, 여전히 나는 아직 보수적인 사람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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