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초 연휴를 맞이해서 Cotswolds 여행을 다녀왔다. 가는 길에 Oxford도 둘러봤다.
26.5/2(토) 10:50 ~ 5/4(월) 16:10, 2박 3일
1일차: 5/2(토)
Oxford 시내는 전기차가 아니면 Zero Emission Zone Charge를 내야 하고, 주차, 운전 모두 불편하기 때문에 외곽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버스로 이동했다. 주차비는 종일에 £2.5였고 주차를 하면 시내로 갔다 오는 버스 요금이 무료였다.
주차 후 버스를 타고 Oxford 시내로 이동했다. 생각해 보니 영국에 와서 기차와 지하철은 타봤는데 버스는 처음이다. 시내까지 25분 정도 걸렸다.
사전에 어디를 갈 지 전혀 계획을 세우지 않아서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걸었다.
비슷비슷한 고딕 건물들 사이를 걷다가 이태리 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었다.
Covered Market이라는 (이름 그대로) 실내 시장을 구경하고 쿠키를 사 먹었다.
Blackwell’s Bookshop에 들러서 구경했다. 이 서점의 Norrington Room이 단일 공간 서점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라는데 잘 와 닿지는 않았다. 교보보다 작은 것 같은데…
LP와 CD를 파는 공간이 있었다. 추억의 LP들이 많이 있었는데 애들이 빨리 가자고 해서 조금 보다가 나왔다.
같은 버스를 반대 노선으로 타고 주차장으로 가서 Cotswolds로 이동했다.
Cotswolds는 로마 점령 시기에 로마인들에 의해서 부흥한 지역이다. 당시 Cotswolds의 중심 도시였던 Cirencester는 London에 이어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로마 도시였을 정도였고 로마인들이 가져온 양들로 양털 산업이 융성했다고 한다. 지명 자체도 Cots는 양들이 겨울을 보내던 우리를, Wolds는 언덕을 의미한다. 지금은 Cotswolds AONB(Area of Outstanding Natural Beauty, 다시 National Landscape로 명칭 변경)로 지정되어서 보존/관리되고 있다.
숙소는 오래된 농장 건물을 개조해서 숙박업을 같이 하는 Ash Farm 이라는 곳이었다.
(그 중 우리가 묵었던 건물 - 예전엔 닭 기르는 곳이었다고 한다.)
최대한 옛 흔적을 살리면서 건물을 개조했던 노력이 보였다. 특히 문과 창문의 잠금 장치는 예전 그대로 인지 예전 방식을 재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흥미로웠다. 모든 것이 쇠로 되어 있는데 안과 밖에서 열고 닫고 잠그는 방식과, 창문의 열림 정도를 다양하게 고정할 수 있는 장치에 대한 아이디어가 놀라웠다. 영국인들의 아이디어인지 로마인들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다.
저녁이 애매해서 근처 Daylesford Organic Farmshop에서 와인 한 병을 사와서 마시고 잤다.
2일차: 5/3(일)
농장에는 3대가 함께 살고 있는데 아들(또는 사위)이 음식을 직접 만들어서 팔았다. 재료가 신선하고 간이 적절해서 맛있었다.
밥 먹고 농장 산책을 하는데 소들이 우리 쪽으로 계속 오길래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는데 잠시 후에 할아버지와 손자가 소 밥주러 오는 것을 보고 상황이 이해가 됐다. 밥 시간도 알고 똑똑한 소들이다.
산책을 마치고 Stow-on-the-Wold라는 마을로 갔다. 중세에 양/양털 산업이 컸을 때 양을 거래하는 대규모 장터가 열리던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인지 예전부터 숙박업이 발달했던 것 같고 지금도 호텔이 많다. 대부분 건물들은 16세기 ~ 18세기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특히 St Edward’s 교회는 중세 초기부터 있었고 현재 모습은 13~15세기에 완성됐는데 우리가 방문한 일요일 오전에 여전히 마을 사람들이 깨끗하게 차려 입고 예배를 보러 가고 교회에서는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우리 같으면 부셔서 재개발 했거나, 아니면 사용은 못하고 보존만 하고 있을 텐데.
(문 양쪽의 주목나무는 수령이 수백 년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AD 947년…)
Stow-on-the-Wold 구경을 마치고 Bourton-on-the-Water라는 마을로 이동했다. 이 마을 역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오래된 건물들이 많은 마을인데 이름에도 있듯이 마을 한가운데 작은 강이 흘러서 다른 분위기를 줬다. 관광객들이 많아서 조용한 맛은 없었지만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인도 단체 관광객이 많았고 심지어 어깨에 스피커를 메고 인도 음악을 틀고 다니는 무리도 있었는데, 예전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이 어딜 가나 뽕짝에 춤추던 생각이 나서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다.)
애들도 어른도 강아지도 즐거운 시간
까만 부분을 제외하고는 뚫려 있는 간판인데 마침 물 쪽은 구름이, 건물 쪽은 하늘이 있어서 색칠한 것 같다면서 첫째가 본인이 찍은 사진을 자랑했다.
역시나 오래된 건물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들에게는 창으로 기웃거리는 관광객조차 삶의 일부일 것이다.
점심 먹을 때가 되어 예약해둔 식당으로 이동했다. Cotswolds 지역에는 호텔과 같이 운영하는 식당들이 많은데 여기도 The Feathered Nest Inn이라는 호텔에 있는 식당이다. 음식도 훌륭했고 식당(호텔)이 자리 잡은 곳의 경치도 좋았다. (물론 그 대가는 컸지만…)
사냥 관련 인테리어 장식이 많아 찾아봤더니, 전통적으로 영국 시골 지역에서는 여우 사냥이 상류층의 핵심 문화였고 펍은 사냥 전에 모이거나 돌아와서 식사하는 사교 거점이라 자연스럽게 사냥 관련 장식이 많다고 한다.
늦은 점심을 배부르게 먹고 (와인은 운전 때문에 한 잔만) Cleeve Hill로 이동했다. Cleeve Hill은 Cotswolds 지역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네비상 찍은 위치와 실제 주차를 하고 산책할 수 있는 위치가 달라서 가는데 꽤 고생을 했다. 두 지점 간 직선 거리는 얼마 되지 않는데 지형상 차로 가자니 30분을 더 운전해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주차를 하고 (높고) 넓은 구릉지로 나가니 그 고생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있었다. 넓었고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이들도 강아지처럼 즐거워했다.
숙소로 돌아와서 어제 먹다 남은 와인을 마시고 잤다.
3일차: 5/4(월)
전 날과 같은 아침을 먹고 Check-out을 하고 Castle Comb으로 이동했다.
Castle Comb으로 가는 길에 영국 여권 속지에 쓰여서 유명한 건물이 있다는 Bibury를 들렀는데 주차도 못 할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그냥 지나쳤다. Castle Comb은 다른 마을들 보다 특히나 예전 마을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었다. 1600년대 이후로 새로 지어진 집이 없다고 한다.
마을 안에 The Manor House라는 호텔이 있는데 마침 나오는 사람 때문에 문이 열려서 들어가 볼 수 있었다. 관광객에게 열려 있지는 않는 곳인데 그렇다고 들어오는 것을 막거나 나가라고 하는 사람이 있지는 않았다. 예전부터 귀족이나 부유한 지주들이 살았던 저택이고, 호텔로 바뀐 후로는 마거랫 대처가 묵으면서 회고록을 구상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고 한다.
Castle Comb의 The Manor House를 마지막으로 여행을 마무리하고 주차장으로 가서 집으로 돌아왔다.
2박 3일 동안 Oxford부터 Cotswolds의 여러 마을들까지 다니면서 보존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서 많이 생각했다. 말이 쉬워 몇 백 년이지 얼마나 긴 시간인가. 그 사이 많은 사건과 다른 가치관이 개입할 여지가 많았을 텐데, 그 가치를 훼손하는 단 한 명의 정치가나 행정가나, 아니면 어떤 돈 많은 사람도 없이 긴 세월을 지내온 것이 대단하고, 특히나 그 건물들에 직접 살고 생업을 해 왔던 사람들이 경제적 이유나 생활의 편리함 보다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데 더 큰 가치를 두고 살아왔다는 그 거대한 동의 체계가 놀랍고 부러웠다.
여행 기간 동안 운전 시간을 더해보니 10시간이 넘었다. 아직 좁은 영국 길 운전이 힘든데다 한 대만 겨우 지나가는 길들이 많아 더욱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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