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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

이가원, 허경진

제1편 국풍(國風)

[1] 주남

[2] 소남

5. 아가위나무

무성한 저 아가위나무
베지도 말고 치지도 말라.
소백님이 머무신 곳이라네.

무성한 저 아가위나무
베지도 말고 꺾지도 말라.
소백님이 쉬셨던 곳이라네.

무성한 저 아가위나무
베지도 말고 거꾸러뜨리지도 말라.
소백님이 머무셨던 곳이라네.

※ 소나라 목공 호가 남쪽을 순행하다가 이 아가위나무 아래서 쉬며 백성들을 돌보았기에, 백성들이 그의 덕에 감복하여 이 나무까지도 소중스레 사랑한 노래이다. 이 뒤로 어진 지방 수령을 예찬하는 시로 많이 쓰였다.

12. 들판에서 잡은 노루

들판에서 잡은 노루 고기를
흰 띠풀로 싸서 주며,
봄물이 오른 아가씨에게
멋진 총각이 꾀었네.

숲속의 잔 나무를 베고
들판에서 사슴을 잡아,
흰 띠풀로 싸매 주니
아가씨 옥처럼 아름다워라.

천천히 가만가만
내 앞치마 건드리지 마셔요.
삽살개 짖지 않게 하셔요.

[3] 패풍

6. 북소리

북소리 둥둥 울려
무기 들고 뛰어 나섰네.
서울과 도읍에선 성을 쌓는데
나 혼자 남쪽으로 싸우러 왔네

손자중 장군을 따라
진나라 송나라의 강화를 맺었지만,
나를 돌려보내 주지 않아
마음에 시름만 깊이 쌓였네.

여기서 잤다가 저기서 누웠다가
말까지 잃어버려,
그 말을 찾으러
숲속을 헤매네.

죽거나 살거나 만나거나 헤어지거나
그대와 함께 하자고 약속했지.
그대 손을 잡고서
늙도록 함께 살자고 했지.

아아, 멀리 헤어졌기에
우리 함께 못 살게 됐네.
아아, 멀리 떨어졌기에
우리 약속을 어기게 됐네.

[4] 용풍

4. 뽕밭

새삼을 캐러
매 고을로 갔지.
누구를 생각하며 갔나,
어여쁜 강씨네 맏딸이지.
뽕밭에서 만나자 하고
상궁으로 나를 맞아들이더니
기수 강가까지 나를 바래다주었지.

보리를 베러
매 고을 북쪽으로 갔지.
누구를 생각하며 갔나,
어여쁜 익씨네 맏딸이지.
뽕밭에서 만나자 하고
상궁으로 나를 맞아들이더니
기수 강가까지 나를 바래다주었지.

순무를 뽑으러
매 고을 동쪽으로 갔지.
누구를 생각하며 갔나,
어여쁜 용씨네 맏딸이지.
뽕밭에서 만나자 하고
상궁으로 나를 맞아들이더니
기수 강가까지 나를 바래다주었지.

6. 정성이 하늘 한가운데

정성이 하늘 한가운데 뜬 시월에
초구 언덕에다 종묘를 짓네.
해 그림자로 재어서 방향을 잡고
초구의 언덕에다 궁전을 짓네.
개암나무·밤나무 심고
가래나무·오동나무·자작나무·옻나무 심어
뒷날 베어서 거문고를 만든다네.

저 옛터에 올라
초구를 바라보셨네.
초구와 당읍을 바라보시며
산과 높은 언덕을 살피셨네.
내려와선 뽕나무 심을 곳까지 둘러보시며
거북점 치니 길하다 나왔네.
거기가 정말 좋은 곳이었네.

단비가 흡족히 내린 뒤어
경마잡이에게 명하셨지.
날이 개면 일찍 수레를 내어
뽕나무 밭에 가 머무셨지.
그분은 인자한 데다
마음씀이 성실하고 깊으셨지.
암말 수말이 삼천 마리나 되셨지.

※ 위나라를 다시 일으킨 문공을 찬양한 노래. 위나라는 의공 때에 적인에게 패하여, 임금과 백성들이 떠돌아다녔다. 그러다 제나라 환공이 초구에 성을 쌓아주고 문공을 즉위케 했다. 거문고를 만들 나무를 심었다는 구절은 십년 뒤의 계획까지 세움과 동시에 예약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문공의 의지를 보여준다.

8. 쥐를 보아도

쥐를 보아도 가죽이 있건만
사람이면서 체통이 없다니.
사람이면서 체통이 없다면
죽지 않고 무얼 하겠나.

쥐를 보아도 이빨이 있건만
사람이면서 버릇이 없다니.
사람이면서 버릇이 없다면
죽지 않고 무얼 기다리나.

쥐를 보아도 몽뚱이가 있건만
사람이면서 예절이 없다니.
사람이면서 예절이 없다면
어찌 빨리 죽지 않는가?

[5] 위풍

2. 오막살이 짓고

산골짜기 개울가에 오막살이 짓고
훌륭하신 은자의 마음 한가로워라.
자나 깨나 혼자서 말하길,
이 즐거움 영원히 잊지 않으리라.

울퉁불퉁 언덕에다 오막살이 짓고
훌륭하신 은자의 마음 너그러워라.
자나 깨나 혼자서 노래하길,
이 즐거움 영원히 떠나지 않으리라.

높다란 땅에다 오막살이 짓고
훌륭하신 은자의 마음 유유하여라.
자나 깨나 혼자서 지키며,
이 즐어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리라.

※ 위나라 장공 때에 정치가 어지러어지자, 산골로 들어가 숨고서 혼자 즐기는 선비들이 많아졌다. 한가롭게 숨어 사는 선비들의 즐거움을 노래한 시이다.

[6] 왕풍

6. 토끼가 깡충깡충

토끼는 깡충깡충 뛰는데
꿩은 그물에 걸렸네.
내가 어렸을 때엔
아무 탈도 없었는데,
내가 자란 뒤에는
이토록 온갖 걱정 만나니,
꼼짝 않고 잠이나 자고파라.

토끼는 깡충깡충 뛰는데
꿩은 그물에 걸렸네.
내가 어렸을 때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내가 자란 뒤에는
이토록 온갖 걱정 만나니,
깨지 않고 잠이나 자고파라.

토끼는 깡충깡충 뛰는데
꿩은 그물에 걸렸네.
내가 어렸을 때엔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내가 자란 뒤에는
이토록 온갖 흉사를 만나니,
아예 귀 막고 잠이나 자고파라.

※ 어지러운 세상을 만나서 탄식하는 시이다. 토끼와 꿩의 비유는 간사한 사람은 출세해도 올바른 사람은 괴로움 당하는 난세를 풍자한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세상을 눈뜨고 볼 수 없어 영영 잠이라도 들기를 바란 것이다.

[7] 정풍

8. 아내는 닭이 우네요 하고

아내는 “닭이 우네요.”하고
남편은 “아직 날이 안 밝았을 텐데."
"당신 일어나서 밖을 보셔요,
샛별이 벌써부터 반짝이네요."
"들판에 나가 이리 저리 다니면서
들오리나 기러기도 쏠 수 있겠군.”

“쏘아서 맞히면
당신에게 안주를 만들어 드리겠어요.
안주 장만해 술 마시며
당신과 함께 늙도록 살아야죠.
거문고도 곁에 있으니
즐겁고 행복하지 않을 리가 없어요.

당신이 오신다면
갖가지 패옥을 드리겠어요.
당신이 알뜰히 해주시면
갖가지 패옥으로 위로해 드리겠어요.
당신이 저를 좋아하신다면
갖가지 패옥으로 보답하겠어요.”

15. 동문 마당

동문 마당
비탈진 언덕에 꼭두서니가 있네.
그의 집이 가깝지만
그 사람은 멀기만 해라.

동문 밤나무 아래
집들이 늘어서 있네.
어찌 그대를 생각하지 않으랴만
그대가 나를 찾아오지 않았어라.

※ 남녀가 서로 그리워하는 노래. 앞장에서는 남자가 만날 수 없는 여자를 그리워했고, 뒷장에서는 여자가 찾아오지 않는 남자를 나무랐다.

[8] 제풍

1. 닭이 벌써 울었으니

“닭이 벌써 울었으니
조정에 대신들이 다 모였겠네요."
"닭 울음소리가 아니라
쉬파리 소리였을 테지.”

“동녘이 밝았으니
조정에 대신들이 다 모였겠네요.”
동녘이 밝은 게 아니라
달빛이 비치는 것일 테지.”

“벌레들 윙윙 날아도
당신과 누워 단꿈 즐기고 싶지만,
대신들 모였다 돌아갈 테니
저 때문에 당신 미움 받지는 말아야지요.”

※ 잠자리에서 늦도록 일어나지 않으려는 남편을 깨우고 채근하는 아내의 모습을 노래한 시. 처음부터 끝까지 아내와 남편의 대화이다. 옛사람들은 제나라 애공이 여색에만 빠져서 정치를 돌보지 않자, 그의 어진 왕비가 경계한 시라고 해석해 왔지만, 꼭 그렇게만 볼 근거는 없다. 조정에 참석한다는 구절을 보아서, 대부 이상의 집안이라는 것만 알 뿐이다.

[9] 위풍

4. 저 푸른 산에 올라

저 푸른 산에 올라
아버님 계신 곳을 바라보니
아버님 말씀이 들리는 듯해라.
”아아, 내 아들아 행역 나가
밤낮 쉴 틈도 없을 테지.
부디 몸조심하다가
지체 없이 돌아오너라.”

저 민둥산에 올라
어머님 계신 곳을 바라보니
어머님 말씀이 들리는 듯해라.
”아아, 내 막내가 행역에 나가
밤낮 잠잘 틈도 없을 테지.
부디 몸조심하다가
죽지 말고 돌아오너라.”

저 산등성이에 올라
형님 계신 곳을 바라보니
형님 말씀이 들리는 듯해라.
”아아, 내 아우가 행역에 나가
밤낮 쉬지 못하고 일만 할 테지.
부디 몸조심하다가
죽지 말고 돌아오너라.”

※ 행역에 나가 있는 아들이 부모 형제를 그리워하는 시. 위나라가 워낙 미약해서 자주 침략당하고 또 큰 나라에 동원되는 일이 많았기에, 부모 형제들이 서로 흩어져 떠돌아다니는 서러움을 당하면서 이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

[10] 당풍

1. 귀뚜라미

귀뚜라미가 대청에 오르니
이 해도 벌써 저무는구나.
지금 우리가 즐기지 않으면
세월은 그냥 지나가리라.
그러나 지나치게 즐기지만 말고
언제나 집안일도 생각해야지.
즐기면서도 지나치진 말아야지.
훌륭한 사람은 조심해야 한다네.

귀뚜라미가 대청에 오르니
이 해도 벌써 다 가는구나.
지금 우리가 즐기지 않으면
세월은 그냥 가버리리라.
그러나 지나치게 즐기지만 말고
언제나 바깥일도 생각해야지.
즐기면서도 지나치진 말아야지.
훌륭한 사람은 부지런해야 한다네.

귀뚜라미가 대청에 오르니
짐수레도 이젠 쉬겠구나.
지금 우리가 즐기지 않으면
세월은 그냥 흘러가리라.
그러나 지나치게 즐기지만 말고
언제나 걱정거리도 생각해야지.
즐기면서도 지나치진 말아야지.
훌륭한 사람은 올바라야 한다네.

※ 당나라 백성들은 부지런하고 검소해서, 일년 내내 쉬지 않고 일했다. 귀뚜라미가 대청에 오를 때쯤 되면 농사를 끝내고 한가로이 쉬게 마련이다. 그러나 추수한 곡식으로 술을 빚어 즐기면서도, 지나치게 놀지는 말자고 경계하여 이 시를 지었다.

[11] 진풍(秦風)

[12] 진풍(陳風)

3. 초라한 집

초라한 집이지만
마음 편히 살 수 있어라.
샘물이 넘쳐흘러
배고픔을 면할 수 있어라.

물고기를 먹는데
어찌 꼭 황하의 방어라야 하나?
장가를 드는데
어찌 꼭 제나라 강씨 딸이라야 하나?

물고기를 먹는데
어찌 꼭 황하의 잉어라야 하나?
장가를 드는데
어찌 꼭 송나라 자씨 딸이라야 하나?

※ 은자가 가난한 생활을 즐기는 노래이다. 제나라 강씨와 송나라 자씨는 대표적인 귀족 집안인데, 그 집안 딸들이 아름다웠다. 황하의 방어와 잉어도 맛있기로 이름난 물고기이다.

[13] 회풍

3. 진펄에 양도나무

진펄에 양도나무
그 가지 아름다워라.
싱그러운 가지 부드럽게 흔들려
세상모르고 사는 네가 부럽기만 해라.

진펼에 양도나무
그 꽃이 아름다워라.
싱그러운 꽃잎 부드럽게 흔들려
집도 없이 사는 네가 부럽기만 해라.

진펄에 양도나무
그 열매 아름다워라.
싱그러운 열매 부드럽게 흔들려
처자도 없이 사는 네가 부럽기만 해라.

※ 정치가 어지럽고 세금이 많아지자, 그 괴로움을 참지 못한 백성들이 감각 없는 나무를 부러워한 노래이다.

[14] 조풍

3. 뻐꾹새

※ 뻐꾹새의 새끼는 이 나무 저 나무 옮겨 다니지만 어미는 한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15] 빈풍

제2편 아(雅)

소아

[1] 녹명지습

1. 사슴이 울며

끼륵끼륵 사슴이 울며
들판에서 개제비쑥을 뜯네.
내게 반가운 손님 오셔서
거문고 타고 생황을 부네.
생황을 불어 함께 즐기며
광주리를 바쳐 폐백 드리네.
손님께서 나를 좋아하여
바르고 큰 길을 보여주시네.

끼륵끼륵 사슴이 울며
들판에서 다북쑥을 뜯네.
내게 반가운 손님 오셔서
덕스런 그 말씀 들을수록 밝아라.
백성들 보기를 두터이 하니
군자들도 우러러 본받고 배우네.
내게 맛있는 술 있어
반가운 손님과 마시며 즐기리.

끼륵끼륵 사슴이 울며
들판에서 금풀을 뜯네.
내게 반가운 손님 오셔서
거문고 타며 함께 즐기네.
거문고 타며 함께 즐기니
서로 어울려 즐거움 끝없어라.
내게 맛있는 술 있어
손님의 마음을 즐겁게 하리.

2. 네 마리 수말

네 마리 수말이 쉬지 않고 달려도
한길은 멀고 멀어 아득키만 해라.
돌아가보픈 마음이야 왜 없으랴만
나랏일 아직도 끝나지 않아
내 마음 애들프고 서글퍼라.

네 마리 수말이 쉬지 않고 달려
가리온 숨차서 헐떡
돌아가고픈 마음이야 왜 없으랴만
나랏일 아직도 끝나지 않아
잠시도 편히 쉴 겨를 없어라.

훨훨 나는 아롱비둘기
날다가 내려오더니
상수리나무 수풀에 모여 앉았네.
나랏일 아직도 끝나지 않아
아버님 봉양할 틈도 없어라.

훨훨 나는 아롱비둘기
날다가 멈추더니
산버드나무 수풀에 모여 앉았네.
나랏일 아직도 끝나지 않아
어머님 봉양할 틈도 없어라.

네 마리 가리온 몰고
쏜살같이 달려가네.
돌아가고픈 마음이야 왜 없으랴?
맘대로 못하는 몸, 노래로 엮어
어머님 봉양할 마음만 전하리라.

※ 나랏일을 맡아 먼 곳으로 나간 아들이 어버이를 그리워하는 시이다. 하늘을 훨훨 날던 아롱비둘기도 맘 내키면 나뭇가지에 내려앉아 쉬건만, 제 맘대로 돌아갈 수 없는 관리의 하소연을 읊었다. 외국에서 온 사신을 위로할 때에 많이 불렀다고 한다.

[2] 남유가어지습

8. 붉은 활

※ 옛날 술을 마시는 예법에 따르면, 주인이 손님에게 술을 올리고, 손님은 주인에게 술을 도로 권했으며, 그 뒤에 주인이 술을 따라 자기가 마시고는 다시 손님에게 술을 따라 권하였다.

[3] 흥안지습

6. 흰 망아지

새하얀 흰 망아지가
내 밭의 곡식 싹을 먹었네.
붙잡아 매어 놓고
이 아침 내내 못 가게 하여,
바로 그 사람이
이곳에 와서 바장이게 하리라.

새하얀 흰 망아지가
내 밭의 콩잎을 먹었네.
붙잡아 매어 놓고
이 저녁 내내 못 가게 하여,
바로 그 사람이
이곳에 좋은 손님 되게 하리라.

새하얀 흰 망아지가
날래게 달려오면,
그대를 공 후로 봉하여
긑없이 편히 즐기게 해주리라.
그대 너무 한가롭게 노닐지만 말고
세상 벗어날 생각을 하시지 마오.

새하얀 흰 망아지가
저 깊은 골짜기에 있네.
싱싱한 꼴 한 묶음을 먹이는
그 사람은 구슬 같아라.
그대의 명성만을 금옥처럼 여기어
나를 멀리하는 마음일랑 갖지 마시오.

※ 현자를 붙잡아 두려는 임금의 마음을 읊은 시이다. 흰망아지는 현자가 타고 다니는 망아지인데, 현자가 세상에 나와서 벼슬할 뜻이 없자 그 망아지라도 붙잡아 두어 주인을 불러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처음의 두 장은 흰 망아지가 실제로 곡식의 싹이나 콩잎을 먹은 것이 아니라, 먹었다고 핑계를 대고서라도 그 주인인 현자를 붙들어 두고 싶은 임금의 마음을 그린 것이다.

대아

제3편 송(頌)

주송

노송

상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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