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맹자
현암 이을호
1. 양혜왕 상
- 맹자가 양혜왕을 만났을 때, 왕이 말하기를 “영감께서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고 일부러 오셨으니, 아마도 우리나라를 이롭게 하여주시겠지요? “왕께서는 왜 하필 이(利)라는 것을 내세우십니까? 오직 인(仁)과 의(義)가 있을 따름입니다. 왕께서 ‘어떻게 하면 내 나라에 이로울까?’ 하시면, 대부는 ‘어떻게 하면 내 집안에 이로울까?’ 하며, 사(士) 벼슬아치나 백성들은 ‘어떻게 하면 내 자신에 이로울까?’ 하면서 서로 이끝에만 얽히어 싸우게 되면, 나라는 위태로워지는 것입니다. (…) 인(仁)을 아는 사람으로 그의 어버이를 버려두는 일이 없고, 의(義)를 아는 사람으로 그의 임금을 저버리는 일이 없답니다. (…)“
2. 양혜왕 하
- 제선왕이 묻기를 “문왕의 사냥터는 사방이 70리라 하는데 그랬던가요?” “옛 기록에 있습니다.” “그렇게도 컸던가요?” “백성들은 그도 작다고 생각하답니다.” “제가 가진 사냥터는 사방이 40리인데 백성들은 그도 오히려 크다고 하니 웬일입니까?” “문왕의 사냥터는 사방이 70리이지만 초군·목동도 드나들며 꿩잡이·토끼잡이도 드나들어 백성들과 함께 쓰셨으니, 백성들이 작다고 생각한 것도 당연하지 않을까요? 제가 처음으로 국경선까지 와서 이 나라의 엄중한 국법이 무엇인가를 물어본 뒤에야 겨유 들어왔는데, 그 때 듣기에는 성 밖 어느 목안에 사방 40리 되는 사냥터가 있는데 그 안에 있는 사슴을 죽인자는 살인죄와 같이 다스린다니 이는 사방 40리 되는 함정을 나라 안에다가 파놓은 셈이라 백성들이 크다고 생각함도 당연하지 않을까요?”
- “큰 나라로서 작은 나라를 섬기는 것은 하늘의 뜻을 즐기는 것이요, 작은 나라로서 큰 나라를 섬기는 것은 하늘의 뜻을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하늘의 뜻을 즐기면 천하를 차지할 것이요, 하늘의 뜻을 두려워하면 제 나라를 보존할 것입니다.”
- 맹자가 제선왕을 만나서 “소위 오래된 나라란 큰 나무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래 내려오는 신하가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왕께는 친밀한 신하가 없습니다. 어제 채용한 사람도 오늘 가보면 어디로 갔는지 안 보이던데요.”
- 제선왕이 묻기를 “탕왕이 걸왕을 내쫓고 무왕이 주왕을 정벌하셨다니 사실인가요?” “옛 기록에 있습니다.” “신하로서 그의 주군을 죽였는데 그래도 옳을까요?” “인을 깨뜨린 자를 적이라 하고, 의를 깨뜨린 자를 잔이라 하는데, 잔적을 일삼는 자는 한 놈의 왈패라고 부릅니다. 한 놈의 왈패 주를 죽였다고 들었지 그의 주군을 죽였다고는 듣지 않았습니다.”
- 제나라 사람들이 연나라를 쳐서 이겼다. 선왕이 묻기를 “어느 사람은 나더러 차지하지 말라 하고, 어느 사람은 나더러 차지하라 합니다. (…)” “차지하는데 연나라 백성들이 좋아하거든 차지하십시오. 옛사람에 그렇게 한 이가 있으니 그는 무왕이십니다. 차지하는데 연나라 백성들이 좋아하지 않거든 차지하지 마십시오. 옛사람에 그렇게 한 이가 있으니 그는 문왕이십니다. (…)“
3. 공손추 상
- “세력으로 인(仁)을 가장하는 자는 패자(覇者)이니 패자는 반드시 큰 나라를 차지해야만 하고, 덕으로 인을 행하는 자는 왕자(王者)이니 왕자는 큰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탕왕은 70리로써 왕이 되었고, 문왕은 백 리로써 왕이 되었다. 세력으로 사람을 굴복시키면 진심으로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힘이 모자라기 때문이다. 덕으로 사람을 복종시키면 마음속에서 우러난 기쁨에 겨워 성심으로 복종하게 되는 것이니, 70 제자가 공자에게 복종하는 따위가 곧 그것이다. (…)”
- “사람에게는 다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다. (…) 그 이유는, 가령 누구나 철모르는 떡아기가 뿍뿍 샘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을 보는 즉시, 가슴이 선듯하여 아차 불쌍하다는 마음이 우러날 것이니, 이는 이 아이의 부모와 은근히 사귈 길을 트자는 데에서 나온 것도 아니요, 마을 어른들이나 친구들에게서 치하의 말을 듣자는 데에서 나온 것도 아니며, 이렇다 저렇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그러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 부끄러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이 없으면 인간이 아니다. 불쌍히 여기는 마음은 인(仁)의 싹이요, 부끄러워하고 싫어하는 마음은 의(義)의 싹이요, 사양하는 마음은 예(禮)의 싹이요,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마음은 지(智)의 싹이다. 사람에게는 이 네 가 싹이 있으니, 이는 마치 우리에게 네 팔다리가 있는 것과 같다.
- “자로는 남이 와서 제 허물을 일러주면 좋아라 하였다. 우임금은 좋은 말을 들으면 절을 하였다. 위대한 순임금은 보다 더 훌륭하였으니, 좋은 일은 여럿이 같이 하시며, 자기 고집을 버리시고 남의 말을 따르셨다. 남의 장점을 본떠다가 내 것을 만들기를 좋아하셨다. 밭갈이하고 질그릇 굽고 고기잡이하던 그런 시절부터 제왕이 될 때까지 어느 것 하나 남에게서 본뜨지 않은 것이 없다. 남에게서 본떠다가 내 것을 삼는 그것이 남과 함께 선을 행하는 것이니, 그러므로 군자에게는 남과 함께 선을 행하는 것보다도 더 큰 일은 없는 것이다.”
- “백이는 군왕다운 군왕이 아니면 섬기지 않고 친구다운 친구가 아니면 사귀지 않고, 못된 무리들이 모인 조정에는 나서지도 않고, 못된 무리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마치 예복과 예모를 갖추고 진흙밭에 앉는 느낌을 가졌다. (…) 유하혜는 좀 지꺼분한 군왕이라도 수치로 알지 않았으며, 하찮은 벼슬도 낮다 생각지 않고 나서서 반드시 올바른 방법으로 자기의 좋은 재주를 감추려 하지 않았다. 버림을 받더라도 원망하지 않았고, 곤궁하게 되더라도 가슴을 태우지 않았다. (…)” 맹자는 다시 “백이는 외통수요 유하혜는 터분하다. 외통수나 터분한 그런 짓을 군자는 하지 않는다.”
4. 공손추 하
- 맹자가 말하기를 “적절한 시기도 지세의 유리함만 같지 못하고, 지세의 유리도 인심이 화합함만 같지 못하니라. (…) 바른길을 얻으면 돕는 이가 많고, 바른길을 잃으면 돕는 이가 적다. 아주 돕는 이가 적어지면 친척도 그를 배반하고 아주 돕는 이가 많아지면 천하도 그를 따를 것이다. 온 천하가 따르는 힘으로 친척도 배반하는 부류를 공격하게 되므로 군자는 싸우려 하지 않으나 싸우기만 하면 이기고야 마는 것이다.”
- ”(…) 옛날 군자는 실수하면 곧 고치는데, 요새 군자랍신 이들은 실수하고도 그대로 밀어댑니다. 옛날 군자는 그의 잘못이 마치 일식이나 월식 같아서 백성들이 모두 보고 있으며, 그를 바로잡으면 백성들이 모두 우러러보는데, 요새 군자랍신 이들은 이를 밀어댈 뿐 아니라, 게다가 뭐라뭐라 변명까지 하려고 합니다.”
5. 등문공 상
- ‘머리를 썩이는 사람이 있고, 골신(骨身)을 부리는 사람이 있다. 머리를 썩이는 사람은 사람을 다스리고 골신을 부리는 사람은 남의 다스림을 받는다’는 말이 있지. 남의 다스림을 받는 자는 남을 먹여 살리고, 남을 다스리는 사람은 남에게 얻어먹게 되는 것이 이 세상 어디나 있는 일이야.
6. 등문공 하
7. 이루 상
- 맹자가 말하기를 “남을 사랑하되 그 사람이 따르지 않거든 나의 사랑하는 마음을 돌이켜 보라. 남을 다스리되 그 사람이 다스려지지 않거든 나의 지혜를 돌이켜 생각해 보라. 남에게 예의를 갖추어도 그 사람의 응답이 없거든 나의 공경하는 마음이 부족하지나 않나 돌이켜 생각해 보라. 그대로 실천해도 아무런 소득이 없는 때는 그 원인이 제 자신에 있지나 않나 반성해 보라. 제 자신이 바르면 천하도 그를 따르리니, 옛 시에
길이길이 태어난 천명이라 하지만
잘살고 못살기는 나 하기에 마련이니라.
이런 구절이 있다.” - 맹자가 말하기를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에 모두들 ‘천하국가’라 하는데, 천하의 근본은 나라에 있고 나라의 근본은 가정에 있고 가정의 근본은 제 자신에 있는 것이다.”
- 맹자가 말하기를 “천하에 질서가 서면 인격이 모자라는 사람이 인격자의 부림을 받고 작은 인물이 큰 인물의 부림을 받는다. 천하가 무질서하면 작은 인물이 큰 인물을 부리고, 약한 자가 강한 자를 부린다. 이 두 사실은 천운(天運)이니, 천운에 순종하는 자는 남고 천운을 거슬리는 자는 멸망한다. (…)”
- 맹자가 말하기를 ”(…) 그러므로 정성이란 하늘의 도리요, 정성되이 되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인 것이다. 정성이 지극한데 감동하지 않는 법이 없고, 정성이 부족한데 감동되는 법도 없다.”
- 맹자가 말하기를 “사람이 가진 것 중에 눈동자처럼 선량한 것은 없다. 눈동자는 그의 잘못을 감추지 못한다. 마음이 바르면 눈동자도 빛나고,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눈동자도 흐리다. 그의 말을 들으면서 그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면 그 사람이 어찌 속일 수 있으랴!”
- 맹자가 말하기를 “생각지도 않았던 치사를 듣는 수가 있고, 잘하자는 데도 훼방을 받는 수가 있다.”
8. 이루 하
- 맹자가 말하기를 “군자가 보통 사람과 다른 점은 그의 본심을 잘 간직하는 데 있다. 군자는 마음속에 인(仁)을 간직하고, 마음속에 예(禮)를 간직하고 있다. 인을 간직한 이는 남을 사랑하고, 예를 간직한 이는 남을 공경한다.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남이 그를 사랑하고, 남을 공경하는 사람은 언제나 남이 그를 공경한다. (…)“
9. 만장 상
- 만장이 묻기를 “어느 사람이 말하기를 우 때에 이르러 인정이 쇠퇴하자 잘난 이에게 전해 주지 않고, 아들에게 전해 주었다니 사실인가요?” 맹자가 말하기를 “아니다. 그렇지 않다. 하늘이 잘난 이에게 전하자면 잘난 이에게 전하고 아들에게 전하자면 아들에게 전한다. 옛날에 순이 우를 하늘에 천거한 지 17년 만에 순이 돌아가시자 3년상을 치르고 우가 순의 아들을 피하여 양성으로 갔건만, 천하의 백성들이 따르기를 요가 돌아가시자 요의 아들을 따르지 않고 순을 따르듯 하였다. 우가 익을 하늘에 천거한 지 7년 만에 우가 돌아가시자 3년상을 치르고 익이 우의 아들을 피하여 기산 북쪽으로 갔건만, 조정에 나와 뵈옵거나 일을 매조지하여 달라는 무리들이 익에게 가지 않고 계에게로 가서 ‘우리 군왕의 아들이다’하며, 기쁜 노래도 익을 위하여 부르지 않고 계를 위하여 부르며 ‘우리 군왕의 아들이다’ 하였다. (…)“
10. 만장 하
- 제선왕이 경(卿, 벼슬)에 대하여 물은즉 맹자가 말하기를 “왕은 어떤 경에 대하여 물으시는지?” “경이 다른 게 있습니까?” “다른 게 있습니다. 친척의 경이 있고 딴 성바지의 경이 있습니다.” “친척의 경에 대하여 알고 싶습니다.” “주군에게 큰 허물이 있으면 간하고 거듭거듭 일러도 듣지 않으면 왕위를 바꾸어 버립니다.” 왕이 부루퉁하여 얼굴빛을 변한다. “왕께서는 달리 생각지 마십시오. 왕께서 신에게 물으시기에 신이 바른대로 대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왕이 얼굴빛을 가라앉힌 뒤에 딴 성바지의 경에 대하여 좀 알고 싶다고 하시매 “주군에게 허물이 있으면 간하고 거듭거듭 일러도 듣지 않으면 떠나 버립니다.” 그렇게 대답하였다.
11. 고자 상
- 고자가 말하기를 “성(性)이란 여울물과 같은지라 동쪽으로 터놓으면 동으로 흐르고, 서쪽으로 터놓으면 서로 흐르나니, 인간의 본성에 선하거나 선하지 않거나 하는 구분이 없는 것은, 마치 물이란 동서로 구별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맹자가 말하기를 “물이란 정말 동서를 구분하지 않지만 위라래로 구분하지 않는가? 인간의 성이 선한 것은 마치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으니, 인간은 누구나 선하고 물은 언제나 아래로 흐르는 법이다. 이제 물을 손으로 치면 위로 뛰어 이마 위를 벗어나게 할 수 있고, 마구 끌어당기면 산 위로 올릴 수도 있지만, 그야 어찌 물의 본성이랄 수 있겠는가? 쏠리는 힘으로 그렇게 되는 것이니, 인간이 선하지 않게 되는 수도 있는 것은, 그 본성이 또한 이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 맹자가 말하기를 ”(…) 잘 기르기만 하면 크지 않는 물건이 없고, 잘 기르지 못하면 잦아져 버리지 않는 물건이 없다.”
- 비록 천하에 손쉽게 자라는 물건이 있다손 치더라도, 하루 동안만 볕을 바싹 쬐이게 하고, 열흘 동안을 차게 한다면 살아날 놈은 하나도 없으리다. (…) 혁추라는 사람은 온 나라를 통틀어도 드문 명수입니다. 혁수로 하여금 두 사람에게 바둑을 가르치게 할 때 그 중 한 사람은 한 골수로 뜻을 모아 혁추의 말만 골똘히 듣고, 한 사람은 듣기는 듣지마는 딴 정신으로는 ‘기러기가 날아올 것이니 줄살로 활을 당겨 이놈을 쏘아보리라’ 그런 생각을 한다면 비록 둘이서 함께 배운다손 치더라도 서로 같은 기술은 될 수 없을 것이니, 이는 그들의 지능이 같지 않기 때문일까? ‘그렇지 않다’ 하겠습니다.”
- 공도자가 묻기를 “다 같은 사람이언만 혹은 큰 인물이 되고 혹은 작은 인물이 되니 왜 그럴까요?” 맹자가 말하기를 “대체(大體)인 마음을 따르면 큰 인물이 되고, 소체(小體)인 육체를 따르면 소인이 되느니라.” “다 같은 사람인데도 혹은 대체를 따르고 혹은 소체를 따르니 왜 그럴까요?” “귀나 눈의 구실이란 생각하는 힘이 없으므로 물욕으로 인해서 가리워지는 것이니, 물욕과 물욕이 서로 얽히면 그것으로 끌려가 버리고 마는 것이다. 마음의 구실이란 생각하는 힘이 있으므로 생각하면 깨닫게 되고 생각하지 않으면 깨닫지 못한다. 이는 하늘이 내게 주신 천성이니, 먼저 대체를 확립하여 놓으면 소체는 대체를 빼앗지 못할 것이다. 이래야만 큰 인물이 되는 것이다.”
- 맹자가 말하기를 “하늘이 준 벼슬이 있고 사람이 준 벼슬이 있으니, 인애롭고 의롭고 충실하며 믿음직하여 착함을 즐기면서 꾸준히 나아가는 그것은 하늘이 준 벼슬이요, 공(公)이니 경(卿)이니 대부(大夫)니 하는 것은 사람이 준 벼슬이다. 옛 사람들은 하늘이 준 벼슬을 가다음어 가면서 사람이 준 벼슬이 그 뒤를 따르게 하였다. (…)”
- 맹자가 말하기를 “인(仁)이 인(仁) 아님을 이겨내는 것은, 마치 물이 불을 이겨냄과 같다. 요새 인을 실천한답시는 사람들은, 마치 한 종지 물로 한 수레나 되는 장작더미 불을 끄려고 하는 것과 같은지라, (…)“
12. 고자 하
- 쇠붙이가 날개깃보다 무겁다는 것은 어찌 한 갈고리 쇠붙이가 한 수레 북덕이의 날개깃보다도 무거우리라는 것을 말한 것일까?
- 맹자 ”(…) 하늘이 큰 임무를 그 사람에게 맡기려 할 때에는 꼭 먼저 그의 마음을 괴롭히고, 그의 육체를 피로하게 하고, 그의 창자를 굶주리게 하고, 그의 살림을 텅 비게 하되, 그가 하는 일마다 어수선하게 만드나니, 이렇듯 마음을 두들겨 참을성이 있게 하는 것은, 그가 못하는 일을 더욱더욱 더 잘하도록 만들어 주기 위해서인 것이다. 사람들은 잘못해 본 후에야 고칠 줄을 알고, 마음이 지치고 생각이 막혀 본 후에야 분발하며, 얼굴빛에 나타나고 소리에까지 내품게 된 후에야 깨닫게 된다. 나라 안에 법도 차리는 사람이나 귀 거슬리는 소리를 지껄이는 선비가 없고 국외에 적성을 가진 나라나 침략을 꿈꾸는 외국이 없으면 그 나라는 언제나 망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우환 가운데 생존이 있고, 안락 속에 죽음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13. 진심 상
- 맹자가 말하기를 “자기의 본심을 그대로 쏟아 행동하면 자기의 본성을 알 수 있으니, 자기의 본성을 알면 하늘도 알 수 있으리라. (…)”
- 맹자가 말하기를 “구하면 얻을 것이요 버리면 잃을 것이니, 그런 것을 구하면 얻을수록 유익할 것이다. 내게서 구하기 때문이다. 구하는 데에는 수단이 필요하고, 얻고 못 얻음은 운명인 것이니, 그런 것을 구하면 얻어도 별 것 없다. 자기 밖에 것을 구하기 때문이다.”
- 맹자가 말하기를 “실천하면서도 이를 똑똑히 알지 못하고, 습관이 되다시피 되었어도 이를 살필 줄 모르니, 한평생을 두고 그 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그 길을 알지 못하는 무리들이 많다.”
- 맹자가 송구천더러 “그대는 이 나라 저 나라로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가? (…) 사람들이 알아주더라도 무심상하게 여기고, 사람들이 몰라주더라도 무심상하게 여기시오.” “어떻게 해야 무심상한 태도를 가질 수 있을까요?” “덕을 존중하고 의를 즐기는 태도라면 넉넉히 무심상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선비는 궁한 처지에도 의를 잃지 않고, 영달의 지위에 있더라도 도를 떠나지 않습니다. 궁한 처지에도 의를 잃지 않기 때문에 선비는 자기 본분을 지킬 수 있고, 영달의 지위에 있더라도 도를 떠나지 않기 때문에 백성들의 신망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 맹자가 말하기를 “공자께서 동산에 오르사 노나라가 작다 하시고, 태산에 오르사 천하가 작다 하시니, 그러므로 바다를 보아 버린 사람과는 물의 이야기를 할 수 없고, 성인의 문하에서 놀던 사람과는 하찮은 이야기 따위는 꺼낼 수가 없다. (…) 흐르는 물이란 빈자리를 채우지 않고서는 더 흐르지 못하는 것이니, 군자가 도에 뜻을 둘 때에도 마디마디 빛을 내지 않고서는 통달할 수 없는 법인다.”
- 맹자가 말하기를 “무슨 일을 한다는 것을 우물 파는 일에 비겨보면, 아홉 길 우물을 팠더라도 샘물이 솟을 때까지 파지 않으면 그 우물은 버린 것과 같으니라.”
- 맹자가 왕자 점에게 말하기를 ”(…) 살 곳이 어디냐 하면 인이 바로 그곳이요, 갈 길이 어디냐 하면 의가 바로 그 길이다. 인의 집에 살면서 의의 길을 걸으면, 대인의 일이란 그만인 셈이다.”
- 맹자가 말하기를 “그만두어서는 안 될 일을 그만두는 사람은 그만두지 않는 일이 없고, 후하게 대접할 사람을 박하게 대우하는 사람은 박하게 하지 않는 일이 없느니라. 날래게 앞으로만 가는 사람은 물러서는 것도 그만치 빠르다.”
14. 진심 하
- 맹자가 말하기를 “순이 볶은 쌀을 먹고 풀잎으로 요기하던 시절에는 일생을 그렇게 마칠 것 같더니, 그가 천자가 되어서는 비단으로 수놓은 옷을 입고 거문고를 튕기며 두 계집을 다루되 마치 전부터 그런 양 싶었다.”
- 맹자가 말하기를 “사람마다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있는 것이니,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이 지극하면 그것이 인(仁)이요, 사람마다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이 있는 것이니, 하지 않아야 하는 일이 철저하면 그것이 의(義)다. (…) 선비로서 안할 말을 한다면 이는 말로써 남의 마음을 떠보자는 수작이요, 해야할 말을 하지 않는다면 이는 잠자코 남의 마음을 떠보자는 수작이니, 이는 모두 담을 넘고 문지방을 뚫는 부류들인 것이다.”
- 맹자가 말하기를 “벼슬아치들과 이야기할 때는 예사로 하고, 그의 으리으리한 모습에 눈을 팔지 마라. 집의 높이가 여러 길이 되고, 추녀 둘레는 여러 자가 되는 따위를, 나는 출세하더라도 그런 짓은 않는다. 밥상 앞에 진수성찬이 길 넘게 쌓이고, 모시고 앉은 색시가 수백 명이 되는 따위를, 나는 출세하더라도 그런 짓은 않는다. 흐늘흐늘 놀면서 술이나 마시고, 차마를 달려 사냥질을 하는 데 뒤따르는 무리가 수천이나 되는 따위는, 나는 출세하더라도 그런 짓은 않는다. 그들에게 있는 것은 다 나는 하지 않는 것들이요, 내게 있는 것은 다 옛 성인들이 하던 법도니 내가 왜 그들을 두려워하겠는가?”
- 맹자가 말하기를 “정신을 수양함에는 욕심을 적게 가지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이 없으니, 그 인물 됨이 욕심이 적으면, 인격이 좀 부족하다손 치더라도 얼마 상관이 아니리라, 그 인물 됨이 욕심이 많으면 인격적인 점이 다소 있다손 치더라도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 맹자가 말하기를 “요·순을 거쳐 탕왕에 이르기까지 햇수로 500년 남짓하니, 우왕과 고요 같은 분은 보고서 알았고, 탕왕 같은 분은 듣고서 알았느리라. 탕왕을 거쳐 문왕에 이르기까지 햇수로는 500년 남짓하니, 이윤과 내주 같은 분은 보고서 알았고, 문왕 같은 분은 듣고서 알았느니라. 문왕을 거쳐 공자에 이르기까지 햇수로는 500년 남짓하니, 태공망·산의생 같은 분은 보고서 알았고, 공자 같은 분은 듣고서 알았느니라. 공자를 거쳐 내려와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햇수로는 100년 남짓하니, 성인의 세상과 떨어지기를 이처럼 그다지 멀지 않고, 성인이 계시던 곳과 가깝기를 이처럼 가깝건만 그런데도 도를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을 보니 그러면 아마도 없을 것인가 보다.”
Loading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