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중용 · 대학
현암 이을호
해제
- <중용>과 <대학>은 다 같이 <예기>라는 책에 끼어 있던 한 편의 글에 지나지 않던 것을 송나라 때 정명도 · 정이천 형제와 주자에 의하여 뽑힌 바 되어, <논어> · <맹자>와 더불어 사서로 탄생하게 되었던 것이다.
주자 서문
- 도심(道心)으로 하여금 항상 자신의 몸의 주인이 되게 하고, 인심(人心)은 매양 그의 명령을 듣도록 한다면, 위태로운 자는 안정하게 되고 은미한 자는 나타나게 되어 동작과 말씨에 저절로 과불급의 차이가 없게 될 것이다.
중용
- 하늘의 명령 그것을 일러 성(性)이라 하고, 성대로 따르는 그것을 일러 길(道)이라 하고, 길을 닦는 그것을 일러 가르침(敎)이라 한다.
- 희·노·애·락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을 때는 이를 중(中)이라 이르고, 드러나자 절에 알맞으면 이를 화(和)라 이른다. 중이란 천하의 큰 근본이요, 화란 천하에 통달한 길이니라. 중화의 극치에 이르면 천지도 제자리를 차지하고 만물은 무럭무럭 자라느니라.
- 군자는 제 위치를 바탕으로 하여 행동하며, 그 밖의 것을 바라지 않느니라.
- 부귀한 처지에서는 부귀한 사람답게 행동하며, 빈천한 처지에서는 빈천한 사람답게 행동하며, 이적의 처지에 있어서는 이적에 처한 사람답게 행동하며, 환난을 당한 처지에서는 환난을 만난 사람답게 행동해야 할 것이니, 군자는 어디에 들어가나 스스로 깨달아 터득하지 않음이 없느니라.
- 높은 자리에 있더라도 아랫사람을 업신여기지 말며, 낮은 자리에 있더라도 윗사람에게 기대려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 자기 태도를 바르게 갖고 남에게서 힘을 얻으려 하지 않는다면, 원망받을 일이 없을 것이다.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아야 하며, 아래로는 남을 허물하지 말아야 한다.
- 그러므로 군자는 순리대로 행동하면서 천명을 기다리고, 소인은 위험을 무릅쓰면서 요행을 바라느니라.
- 공자가 말하기를 “활쏘기란 군자의 도와 비슷한 데가 있다. 그 과녁을 맞추지 못하면 돌이켜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느니라.”
- 천하에 통달하는 도에 다섯 가지가 있는데 이를 실행하는 자는 셋이다. 이르되 “군신이다. 부자다. 부부다. 곤제다. 붕우의 사귐이다.”하는 다섯 가지는 천하에 통달하는 도니라. 지(知)·인(仁)·용(勇) 셋은 천하에 통달하는 덕이니라. 이를 실행하게 하는 자는 하나니라.
- 공자가 말하기를 “배우기를 좋아함은 지(知)에 가깝고, 애써 실행함은 인(仁)에 가깝고, 부끄러움을 앎은 용(勇)에 가까우니라.” 이 세가지 사실을 안다면 수신해야 할 까닭을 알 것이요, 수신해야 할 까닭을 안다면 치인해야 할 까닭을 알 것이요, 치인해야 할 까닭을 안다면 천하 국가를 다스려야 할 까닭을 알 것이다.
- 무릇 모든 일은 미리 예비하면 근본이 서고, 미리 예비하지 않으면 근본이 무너져 버린다. 말도 미리 결정해 놓으면 빗나가는 일이 없고, 일도 미리 결정해 놓으면 곤란하게 되는 일이 없고, 행동도 미리 결정해 놓으면 지쳐 버리는 일이 없고, 길도 미리 결정해 놓으면 궁하게 되는 일이 없느니라.
- 지성에는 휴식이 없느니라. 쉬지 않은즉 오래되고, 오래되면 증험이 나타나느니라. 증험이 나타나면 유원(悠遠, 멀고 오래감)할 것이요, 유원하면 박후(博厚, 넓고 두터움)하게 될 것이오, 박후하게 되면 고명(高明, 높고 밝음)하게 될 것이다. 박후함은 만물을 싣는 까닭이 되는 것이요, 고명함은 만물을 덮는 까닭이 되는 것이요, 유구함은 만물을 이룩하는 까닭이 되느니라. 넓고 두터움은 땅과 짝하고, 높고 밝음은 하늘과 짝하고, 유구한 세월은 끝이 없느니라. 이와 같은 자는 나타나지 않아도 빛이 나며, 움직이지 않아도 변화하며, 하지 않아도 이루어지느니라. 천지의 도(道)는 넓고(博) 두텁고(厚) 높고(高) 밝고(明) 멀고(悠) 오래(久)니라.
- 군자는 덕성을 높이면서 묻고 배움에 따르나니, 넓고 큰 것에 이르면서 정밀하고 미소함에 극진히 하며, 높고 밝음의 극치를 다하면서 중용의 길을 따르며, 옛것을 더듬으면서 새것도 알도록 하며, 돈후한 태도로 예를 숭상하느니라.
- 군자는 움직이면 대대로 천하의 길잡이가 되니, 실행하면 대대로 천하의 본보기가 되며, 말하면 대대로 천하의 법칙이 되는지라, 그를 멀리하면 바라다보게 되고 그를 가까이하면 싫지 않으니라.
- 옛 시에 “비단옷을 입고서는 홀옷을 걸친다” 하였으니, 그 문채가 빛남을 싫어함이니라. 그러므로 군자의 도는 어둠에 가려진 듯하나 날로 뚜렷해지고, 소인의 도는 똑똑한 듯하나 날로 없어져 버린다. 군자의 도는 담박하지만 싫지가 않고, 간소하지만 문채가 빛나며, 온화하지만 조리가 있으니, 먼 것도 가까운 데로부터임을 알고, 바람이 어디로부터 오는가를 알며, 미소하나 현저함을 안다면 함께 덕에 들어갈 수 있으리라.
대학
- 대학의 길. 명덕을 밝힘에 있고, 친민(親民)함에 있고, 지극히 선함에 그치는 데 있다.
- 그치는 곳을 안 연후에 뜻을 결정하게 되고, 뜻을 결정한 후에 고요하게 되고, 고요한 후에 편안하게 되고, 편안한 후에 헤아려 생각하게 되고, 헤아려 생각한 후에 얻게 될 수 있을 것이다.
- 물(物): 의(意) · 심(心) · 신(身) · 가(家) · 국(國) · 천하(天下)
사(事): 성(誠) · 정(正) · 수(修) · 제(齊) · 치(治) · 평(平) - 옛날에 명덕을 천하(天下)에 밝히고자(平) 한 사람은 그의 나라(國)를 먼저 다스리고(治), 그의 나라를 다스리고자 한 사람은 먼저 그의 가정(家)을 가지런히(齊) 하고, 그의 가정을 가지런히 하고자 하는 자는 먼저 자기 자신(身)을 가다듬고(修), 자기 자신을 가다듬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그의 마음(心)을 바르게(正) 하고, 그의 마음을 바르게 하고자 하는 사람은 그의 뜻(意)을 정성스럽게(誠) 하고, 그의 뜻을 정성스럽게 하고자 하는 사람은 먼저 아는 것의 극치에 이르러야 할 것이니, 아는 것의 극치에 이르자면 물(物)을 헤아림(事)에 있느니라.
- 물을 헤아린 후에야 아는 것의 극치에 이르고, 아는 것이 극치에 이른 후에야 뜻이 정성스럽게 되고, 뜻이 정성스럽게 된 후에야 마음이 바르게 되고, 마음이 바르게 된 후에야 자신을 가다듬고, 자신을 가다듬은 후에야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집안을 가지런히 한 후에야 나라를 다스리고, 나라를 다스린 후에야 천하가 태평하리라.
- 소위 그 뜻을 정성스럽게 하는 사람은 자기를 속이지 말아야 한다. (…)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그가 홀로 있을 때를 삼가는 것이다.
- 옛 시에 “오호라! 전왕을 잊을 수 없도다” 하였으니, 군자는 현인은 현인으로 여겨 주고 친족은 친족으로 여겨 주며, 소인은 그의 즐거움을 즐겁게 해주고 그의 이로움을 이롭게 해 주니, 이 때문에 평생토록 잊지 못하느니라.
- 탕왕의 목욕통에 새긴 글에 “진실로 날로 새롭게 하면, 나날이 새롭게 하며, 또 날마다 새롭게 하니라” 하였고, 강고에는 “백성들을 새롭게 일깨우니라” 하였고, 옛 시에는 “주나라는 비록 오래된 나라이지만 그가 받은 하늘의 명령은 새로우니라” 하였다. 그러므로 군자는 철저하게 하지 않는 것이라고는 없느니라.
- 소위 수신이란 그 마음을 바르게 함에 있다는 것으로서, 자신에 분통터지는 일이 있으면 그것이 바를 수가 없고, 두려워하는 일이 있으면 그것이 바를 수가 없고, 즐거워하는 일이 있으면 그것이 바를 수가 없고, 근심하는 일이 있으면 그것이 바를 수가 없다. 마음이 거기에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르는 것이니, 이를 일러 수신은 그 마음을 바르게 함에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 소위 제가란 그 자신을 가다듬는 데 있으니, (…) 좋아하면서도 그의 나쁜 점을 안다거나, 미워하면서도 그의 아름다운 점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드물 것이다. 그러므로 속담에 “사람들은 제 자식의 나쁜 점은 알지 못하고, 제 곡식 싹이 자라나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이를 일러 자신을 가다듬지 않고서는 제 가정을 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군자에게는 자신에 미루어 남을 헤아리는 도가 있는 것이다. 윗사람이 하기 싫은 것을 아랫사람에게 시키지 말 것이며, 아랫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가지고 윗사람을 섬기지 말 것이며, 앞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뒷사람에게 먼저 시키지 말 것이며, 뒷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가지고 앞사람을 따르게 하지 말 것이며, 오른쪽 사람이 싫어하는 것을 가지고 왼쪽 사람과 사귀지 말 것이니, 그것을 일러 자신을 미루어 남을 헤아리는 도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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